[김재명의 남해시론] 선입견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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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의 남해시론] 선입견의 오류
김희자 gml0105@nhmirae.com
2023년 06월 23일(금) 16:46
선입견의 오류는 사람들이 자신이 미리 가진 생각이나 기대에 의해 판단과 행동이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우리의 판단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확성을 해치며, 종종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자신이 가진 선입견이나 믿음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선호하고, 그와 상반되는 정보를 무시하거나 일축해 버리는 경향을 띠는 확정적 편향, 특정 그룹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특정한 특성을 가진다고 믿는 스테레오타입, 자신이 관찰되거나 측정되고 있다고 인식할 때 행동을 변경하는 반응성 편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공정한 판단을 방해하고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선입견에 사로잡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선입견을 인식하고 이를 교정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고자 노력해야 한다.

필자가 우리의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도의 스테레오타입의 선입견에 사로잡힌 경우다. 국회의원들의 행동과 언행은 그들이 대표하는 국민의 의견과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투명성, 진정성, 그리고 국민을 위해 진심어린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국회는 당리당략에 의한 당쟁으로 얼룩져왔고 국회의원은 당쟁의 도구가 되어 선전성, 폭로성으로 전위대의 역할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집단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단정해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월 14일 대정부질문에서 펼쳐진 한 의원의 질의방법과 내용은 필자의 이런 선입견에 대해 상당한 혼란을 주었다. '국민의힘' 여성 비례대표의원인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이다. 그는 안내견 '조이'와 함께 단상을 향해 걸어왔다.

얼핏 안내견과 같이 국회 본회의장을 출입하는 게 논란이 되었던 터라 다소 신기하고 생소한 모습에 비상한 관심이 갔다. 특히 시각장애인이라는 특수한 신체적 결함을 가진 젊은 여성 비례대표의원이 어느 정도 수준의 대정부질문을 수행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선입견도 있어서 불안한 시선으로 그의 질의를 시청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 학대 범죄와 장애인 정책의 방향과 정부의 역할 등을 주제로 질의를 했다. 법무장관과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질의의 내용은 매우 쉬웠다. 국민 누구라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질의의 내용은 잘 다듬어져 있었고 그것이 국민을 대변하고자 하는 것임이 역력히 나타났다. 자기소개할 때 소속을 알리는 것 외에는 질의과정에서 그는 여당의 표현이나 권위에 대한 단 한 번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질의 내내 그는 정부 각료들에 대해 수고를 표했고, 호출하거나 질문할 때도 청유형의 정중함을 다했다. 당연히 정부 각료들도 정중하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고 그가 국민을 대신하여 요구하는 질의 안건은 단 한 건도 무시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는 정부의 답변을 이끌어 냈다.

질의 이후 언론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진 않았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도 장애인 정책과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인 우리나라의 현실과 연계된 확장성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진 것도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장애인 정책이 단순히 장애인들만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것도 광의의 장애로 봐야 하는 측면에서 정책수립과 운영을 해야 한다는 그의 장애에 대한 철학은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질의를 마친 뒤 의원들 앞에서 '코이 물고기' 연설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는 코이라는 물고기가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언급하면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균등 속에서 재능을 많이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시길 기대한다."라고 호소했다.

코이는 비단잉어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이나 사람은 성체가 되면 더는 몸무게나 키가 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코이는 이런 경향을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작은 어항에선 크기가 5~8㎝에 불과하지만, 연못에서는 20~30㎝ 안팎이 된다. 연못보다 훨씬 넓은 강물에선 1m 이상까지 몸집이 늘어난다.

김 의원은 점자로 된 자료를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했던 자기의 질의에 대한 주제를 우리 주변에 산재한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기회와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장벽을 허물고 그들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큰 강을 만들어 가야 하는 정부의 책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여성 특유의 감성적 방식으로 국민이나 정부, 동료 의원들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한 마무리로 짙은 여운을 남긴 것이었다.

여야가 서로 으르렁대기만 하던 우리 국회도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가치의 기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보였다. 질의를 마친 김의원의 퇴장에 여야 의원들은 기립하여 박수를 보냈다.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있으면 서로 비난하기에 바쁜 여야 의원들이 한마음으로 감동하여 보내는 기립박수의 의미는 실로 신선한 충격이었고, 나의 국회에 대한 선입견의 오류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비방적이고 버릇없이 언행 하는 국회의원의 행동과 선동적 폭로성 질의는 때때로 대중의 주목을 끌수는 있지만 심한 논란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이런 행동은 때로는 정치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결국에는 국민으로부터 존중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에 예의를 다하며 조곤조곤 정책의 허점을 공격하는 의원들은 일반적으로 더 존중받고 평판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접근 방식은 차분하고 체계적이며, 이런 방식은 종종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며 변화를 촉구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결국, 중요한 점은 어떤 스타일이든 결국에는 투명성, 진정성, 그리고 국민을 위한 진심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행동이 그들을 선택한 국민들을 대표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의 정치적 성공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다음 질의자로 나선 K 의원은 필자의 선입견과 다름없이 폭로성, 선동성 주제를 가지고 '고성과 무례한 질의'를 벌여 빈축을 삼으로써 김예지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른바 '코이 물고기' 연설로 감동을 준 것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K 의원은 현재의 서울시장을 지난 총선에서 누르고 국회로 입성한 여성 정치인이다.

각각의 집단 안에도 공정하거나 불공정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혼재해 있어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가는 합법적인 지배를 통하여 국민을 착취하고 폭력배는 불법적으로 국민을 착취한다. 그리고 자본가는 기업주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근로자를 착취한다."라는 선입견에 매몰되어 있던 필자에게 다시 희망스럽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한 줄기 빛과 같은 기회를 선사해준 김예지 의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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