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21년의 표류… '남해군대표축제' 이제 발상을 전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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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10.30(금) 17:03
[취재수첩] 21년의 표류… '남해군대표축제' 이제 발상을 전환하자
홍성진 선임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10월 30일(금) 16:38
6만 명의 인파, 6억 원의 매출. 매년 축제가 끝날 때마다 행정이 내놓는 성적표는 화려하다.
그러나 남해군의 대표축제의 성적표의 이면에는 차갑게 식어가는 지역상권의 한숨과, 1,500ha에 이르던 마늘 재배 면적이 300ha대로 추락하고 1만 5천 두를 넘던 한우 사육 기반이 무너져 내리는 남해의 절박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남해마늘한우축제 발전전략 2026 심포지엄'은 지난 21년 동안 우리 군의 대표 축제가 어디로 향해왔는지 그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 자리여서 의미가 크다.
이번 심포지엄을 관통한 뼈아픈 진단은 명확하다.
초창기 남해마늘축제는 치밀한 기획과 철학에 의해 태어난 것이였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는 여러 이해단체의 민원과 이권, 그리고 행정 편의주의적 타성이 얽혀 끌려다니는 '행정형·나열식 축제'의 전형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기획은 사라지고, '매년 반복되는 복사·붙여넣기'의 악순환


돌이켜보면 지난 21년간 이 축제에 명확한 기획과 철학이 있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뚜렷한 마스터플랜 없이 매년 예년의 예산을 그대로 가져와 무대 세우고, 유명 트로트 가수를 불러 모으고, 농특산물 몇 점 늘어놓는 '복사·붙여넣기식' 행사가 반복되어왔다는 지적이다.
진정한 의미의 콘텐츠 기획은 실종되었고, "안 하면 섭섭하고 마지못해 치르는" 형식적 연례행사로 우리가 전락시켰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 결과 마늘과 한우라는 두 가지 무거운 주제를 한 바구니에 억지로 담으려다 보니 대중성도, 전문성도 모두 놓치는 정체성 상실의 위기를 자초한 것으로 생각된다.



21년의 역사 속에서 무엇이 남았는가…'자산과 인프라의 부재'


더욱 뼈아픈 대목은 '역사성'과 '축적의 부재'다.
올해로 21주년을 맞이한 남해의 대표 축제라지만, 지난 21년 동안 축제장 한곳에 제대로 된 상설 인프라 하나, 축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아카이브나 사진 한 장 제대로 관리된 것이 없다.
성공적인 축제들을 보면 특정 장소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 축제용 구조물과 인프라가 자산으로 축적되고, 그것이 곧 축제의 브랜드와 경쟁력이 된다.
반면 남해마늘한우축제는 매년 유배문학관 일대를 떠돌며 텐트를 쳤다 걷기를 반복하는, 아무런 유산도 남기지 못한 채 한 해 반짝하고 사라지는 '단발성 이벤트'의 명맥만 겨우 유지해 왔다.
축제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은 소모성 비용으로 사라졌고, 군민들의 기억 속에도 뚜렷한 정체성으로 남지 못한 채 매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1년 동안 표류해 온 남해마늘한우축제는 이제 명칭과 형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전면적인 대수술에 들어가야 한다.
첫째, '마늘한우축제'라는 무거운 이름을 내려놓고 필요하다면 이 축제를 군민들이 먹고 마시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위안과 화합의 장으로 전환했으면 한다.
마늘과 한우는 전 국민을 끌어모으는 메가톤급 관광 자원이 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관광객 유치 성과와 마케팅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 행사는 온전히 한 해 동안 땀 흘린 농어민과 군민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받는 순수한 '군민위안잔치(남해마늘한우축제)'의 개념으로 대폭 개편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둘째, 개별 특산물은 각 고유의 시기와 색깔에 맞춰 전문화된 '남해 특산물 축제(또는 미식 박람회)'로 새롭게 분리·구축해야 한다.
고사리, 시금치, 멸치, 마늘 등 남해 전역에 흩어진 보석 같은 식재료와 생산자의 이야기를 결합하여 실질적인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는 내실 있는 미식·판로 기획으로 재편해야 한다.
종합적인 남해특산물축제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현재 면마다 자체 특산물축제를 지원할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남해의 특산물과 생산물을 활용한 '남해미식축제'를 새롭게 만들 것인 고민해야 한다.
셋째, 남해를 대표하는 '진짜 메가톤급 대표 축제'는 특산물 판매라는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구상과 미래지향적 콘텐츠로 바닥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남해안 시대와 해저터널 개통 등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관광객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찾아오게 만드는 독보적이고 지속 가능한 '킬러 콘텐츠'를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발굴하는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축제는 행정의 치적을 홍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21년의 실패와 한계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이해관계의 눈치를 보는 행정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판을 갈아엎는 결단만이 남해 축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된다.
대표 지역 축제는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과 고유의 문화를 관광객과 나누는 숭고한 매개체다.
지난 21년간 이어온 남해 마늘·한우 축제의 땀방울을 무작정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무너져가는 농업의 현실을 뼈저리게 직시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관광 소비 트렌드를 민첩하게 반영하여 기존의 낡은 껍데기를 과감히 깨부수어야 할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행정기관의 결단, 축제 기획의 고도화된 전문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능동적인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남해는 지금 2031년 해저터널 시대를 준비하는 메가톤급 대표 축제가 절실하다.
남해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남해의 것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남해의 대표 축제를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기획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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