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공동체문화 두곡 성인식(成人式)·사촌방풍림 역사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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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6(금) 11:34
주민들, 공동체문화 두곡 성인식(成人式)·사촌방풍림 역사 '조명'

▷주민들,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 발굴 그리고 알리기에 나서다
남면주민자치회, 12일 오늘 제2회 남면낭만문화산책 개최

홍성진 선임기자
2024년 07월 12일(금) 09:01
▲지난해 열린 제1회 남면낭만문화산책 성인식 장면.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우리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남면주민자치회는 지난해 열린 제1회 남면낭만문화산책 행사가 사라져가는 우리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한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평가하고, 어려운 여건이지만 올해에도 두곡 성인식 재현과 사촌방풍림에 숨어 있는 역사를 재조명하는 제2회 남면낭만문화산책을 개최한다.

오전 10시부터 두곡해수욕장에서 열리는 1부 행사에는 두곡마을에 내려오는 공동체문화인 전통 성인식이 재현되며 남명초, 해성중 학생들과 일반인이 참여한 '찰떡쿵 콩덕꿍 떡매치기', 너도나도 윷놀이, 전통그네타기, 투호 및 한궁, 벽화체험 등이 진행된다.

특히 이날 남면 내 5명의 학생들은 공동체의 일원(성인)으로 받아들이는 성인식(成人式)을 치르게 되며, '이제부터 성인으로서 사회와 마을, 그리고 가정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덕담과 함께 성인증을 수여받는다.

두곡마을 성인식은 과거 농번기를 앞두고 치른 화합과 단합을 위한 마을 화전놀이시 진행되었던 유의미한 공동체문화 중 하나로 타 지방의 꽃놀이와 뚜렷하게 구분된 '총부를 내라'라는 풍습에서 유래됐다.

이 풍습은 일종의 성인식으로 두곡마을 '화전 꽃놀이'날 행해지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마을공동체 행사였다. 마을 어른들이 '화전 꽃놀이'날을 정할 때 14~16세 되는 마을 청소년들 중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한 청년을 선정해 그 청년이 '총부를 내게'하고 '화전 꽃놀이' 당일 마을에서 그를 성인으로 인정하며 장만해온 술(막걸리)를 함께 나누는 풍습이었다. 마을 어른들에 따르면 "총부를 내라는 풍습은 마을에서 누구 누구 집 아이가 나이가 이렇게 되고 농사일을 거들 정도로 육체적으로 성장했으며 향후 가정을 꾸릴 만큼 정신적으로 성장했음을 온 주민들이 인정하는 성인식이었다. 어른들이 결정한 내용이 해당 가정에 알려지면 그 집에서는 막걸리(과거에는 직접 만듬)를 준비하고 다른 가정에서는 음식을 장만했다"고 말한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태어나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었다. 또한 노동력이 중요했던 농경사회에서는 한 아이의 성장은 그 가정뿐만 아니라 마을의 재산이었기 때문에 총부(책임 부여)를 내게 하고 공동체의 일원(성인)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1부 행사에는 성인식 후 두곡마을과 남면주민들이 준비한 막걸리와 먹거리가 제공된다.

2부 행사는 오후 1시부터 사촌해수욕장 방풍림에서 진행되는데 이날 정민용 이장은 다시 찾은 사촌마을 방풍림 역사에 대해 주민들에게 알리는 방풍림 역사 낭독이 진행한다.

사촌마을의 우리마을 역사 기록물과 남면지를 살펴보면 사촌마을 방풍림은 일제 강점기 주민들이 방품림의 족보를 되찾아온 역사 문화찾기 운동의 일환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촌마을 이장과 주민들에 따르면 사촌마을 현 100여 그루의 해송(송림)은 1720년대 초 겨울철 심한 북서풍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선조들이 조성하였는데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이 송림과 일대 부지를 강제로 수용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300년 전 선조들이 조성한 이 송림(방풍림)이 일제의 소유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는데 뜻을 모아 당시 23명의 마을 주민들이 기존 방풍림에 작은 소나무 묘목을 추가로 심어 마을주민들이 관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1924년 대부를 신청, 같은 해 10월 1일 마을주민 앞으로 송림과 일대 부지를 되찾아 등록했다고 남면지와 우리마을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나라를 빼앗긴 고초를 송림 또한 겪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이 송림(방풍림)은 광복 후 국가소유가 아니라 사촌마을 소유로 현재까지 관리 유지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족보마저 빼앗겨야 했던 송림이지만 당시 이 마을주민들이 함께 뜻과 지혜를 모아 선조들이 물려준 송림의 족보를 되찾았고 온전히 이 마을주민들에게 물려 준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다.

300년 전 심한 북서풍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선조들이 스스로 가꾸었던 소중한 유산을 다시는 잃지 말아야 한다는 역사교훈을 사촌마을 방풍림은 오늘도 말해주고 있다.

정민용 이장의 사촌 방풍림 역사 낭독 후 이어지는 행사로는 초청 통기타 공연, 남면주민자치회 색스폰 및 민요공연, 남명초 사물놀이 공연, 초대가수 공연 등이 사촌해수욕장에서 진행된다.

특히 이날 사촌주민들과 남면 주민들은 찾아오는 방문객을 위해 돌문어 등 해산물 요리를 내놓을 계획이다.

우현섭 남면주민자치회 회장은 "우리지역의 좋은 역사와 문화가 해를 거듭할수록 잊혀져 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면서 "앞으로도 남면주민자치회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고 후대에 그 의미와 가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수 남면장은 "면민들이 힘을 모아 잊혀져 가는 유의미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해온 관심과 노력에 무엇보다 감사드린다"면서 "우리 것, 남해만의 독특한 문화가 주목받아 앞으로 관광자원으로 승화되었으면 바람이다. 우리 것과 우리의 정서를 기억하는 군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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