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어촌기본소득사업이 남해인구 변화 견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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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어촌기본소득사업이 남해인구 변화 견인하나?

4만 붕괴 10개월만의 '인구 반전'…남해 10월 328명 급증
약 18년간 1만 4천명 감소 '소멸 위기' 속 전례 없는 반등
수도권 아닌 인접 시군 '전략적 이주'와 '군내 세대 분리'가 폭증 견인
"정책 기대감 부른 발표효과, 유령인구 방지와 정주정책 과제"

이태인, 홍성진 기자
2025년 11월 07일(금) 09:46

대한민국은 현재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화와 농어촌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 및 초고령화라는 구조적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지방 소멸 위기'는 객관적 현실이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남해군은 인구감소 지역의 전형적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 지역이다. 남해군은 지난 1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인 인구 순유출과 고령화로 인한 자연 감소를 경험하며 지역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위협받는 통계적 궤적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인 쇠퇴 추세 속에서, 2025년 10월 남해군의 주민등록인구가 이례적으로 급증하는 현상이 관측되었다. 2025년 9월 대비 10월 한 달간 328명의 순인구 증가가 발생했으며, 이는 지난 17년 10개월의 월간 데이터중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변동이다. 이 현상이 단순한 통계적 노이즈인지, 혹은 특정 외생 변수, 즉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이라는 강력한 정책적 개입에 의해 유발된 '정책 쇼크'의 결과인지 심층적으로 규명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의 2008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의 주민등록인구 월간 현황 원자료와 2025년 9월 및 10월의 전입 통계 원자료를 비교 분석해 보았다. 또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관련 공모 및 발표 일정을 교차 분석, 관측된 인구 이동과 정책 간의 인과관계를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분석했다. <편집자 주>




2008년 1월 53,830명. 2025년 1월 39,730명. '4만명 선'이 붕괴되기까지 17년이 걸렸다. 이 기간 남해군은 인구의 27%, 총 14,534명이 사라지며 월평균 약 68명의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구조적 쇠퇴'를 겪어 왔다.
5만명 선이 무너진 2011년 9월 이후, 인구 감소는 남해군의 일상처럼 굳어졌었다. 특히 올초 4만명 선 붕괴는 단순한 수치의 변화를 넘어, 지역 사회에 '소멸'이라는 위기감을 현실로 각인시킨 심리적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0월, 남해군 인구가 한달 만에 328명 증가하는 전례 없는 '반등'이 일어났다. 2015년 이후 첫 증가세(+14명)로 반짝 기대를 모았던 9월의 미미한 변동을 완전히 압도하는 수치다.
월 68명씩 감소하던 장기 추세를 고려하면, 단 한 달 만에 지난 5개월간의 인구 감소분을 일시에 회복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심층 분석한 결과, 이번 인구 급증은 출생이나 사망 등 '자연적 증감' 요인이 아닌 오직 '전입'이라는 '사회적 증감' 요인 하나만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을 앞둔 강력한 '기대감'이 인구 이동을 유발한 것이다.



△ 10월 남해로 +328명 '인구 급증'


행안부의 인구통계 데이터는 극명하다. 지난 9월 남해군의 총 전입자 수는 272명이었으나, 10월에는 이보다 131.3%(357명) 폭증한 629명을 기록했다.
이 한 달간의 전입자 증가분(+357명)이 10월의 총 순인구 증가분(+328명)과 거의 일치한다.
이 수치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려면, 남해군의 '자연 감소'분을 함께 봐야 한다. 초고령화 지역인 남해군은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월등히 많아 매달 평균 30~40명가량의 인구가 자연적으로 줄어든다.
10월의 순증가(+328명)는 이 자연 감소분(약 -29명 추정)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폭발적인 '사회적 유입'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즉, 실제 전입-전출의 차이(사회적 순증가)는 357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목할 점은 이 현상이 10월 20일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최종 선정 발표' 이후가 아닌, 10월 내내 발생했다는 점이다.
9월 29일 '군민유치대회' 등 지역 내 여론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부터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정책 기대형 선제적 이주자'들이 10월 초·중순부터 주소 이전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기대'만으로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 '누가' 이동했는가: '귀농·귀촌' 아닌 '인접 도시'서 주로 이주


이번 인구 이동의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전입자의 '출발지'이다. 만약 이번 유입이 삶의 터전을 옮기는 전통적인 '귀농·귀촌' 트렌드였다면 수도권에서의 유입이 증가해야 하지만, 행안부의 인구통계 데이터는 정반대의 사실을 보여준다.
10월 서울에서 남해로의 전입은 24명으로, 9월(28명)보다 오히려 4명 감소했다. 이는 이번 인구 유입이 '삶의 질'을 찾아 수도권을 떠나는 흐름과는 전혀 무관함을 입증한다.
폭발적인 증가는 남해군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경남권 주요 도시 및 부산에서 발생했다. 9월 대비 10월 전입자 수를 비교하면 ▲부산광역시 +84명 (46명→130명) ▲진주시 +58명 (10명→68명) ▲사천시 +41명 (15명→56명) ▲창원시 +21명 (19명→40명) 순으로 급증했다.
이는 남해대교와 창선대교를 통해 사실상 동일 생활권으로 묶이는 인접 도시 거주자들이 '주소지 이전'에 드는 비용이 낮은 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남해군으로의 '서류상 이사'는 삶의 터전을 옮기는 중대한 결정이 아니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2년간의 안정적인 현금 수익(1인당 월 15만 원)을 확보하는 '전략적 정착 위한 이주'에 가깝다고 분석된다.


 
△ '어떻게' 이동했는가? 1.78명의 '세대당 인구'와 '세대 분리'
 

 외부 유입보다 더 심각한 구조적 변화의 증거는 남해군 '내부'에서 발견된다. 2008년 남해군의 '세대당 인구'는 2.42명이었으나, 2025년 10월 1.78명까지 떨어졌다.
 놀라운 점은 17년간 인구가 27% 폭락하는 동안 '총 세대수'는 22,272세대에서 22,245세대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3~4인 가구에서 자녀 세대가 이탈하고 고령의 부모(2인)만 남거나, 배우자 사망으로 '1인 가구'가 되는 '인구 공동화'가 이미 만연해 있음을 뜻한다. 세대당 1.78명이라는 수치는 남해군의 주된 가구 형태가 2인 가구조차 유지되지 못하고 1인 가구 중심으로 재편되었음을 통계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한 달간 남해군 '관내'에서의 주소지 이동 건수가 58명으로, 9월(39명) 대비 48.7%나 급증했다.
 기본소득이 '1인당' 지급되는 방식임을 고려할 때, 이는 기존에 부모와 동일 주소지에 거주하던 성인 자녀 등이 수급 자격을 개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세대 분리'를 감행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외부의 '전략적 이주'와 내부의 '전략적 세대 분리'가 동시에 작용한 것이다.
 


△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일시적 인구 유입' 인가?
 

 이번 인구 쇼크는 현금성 지원 정책이 인구 이동에 미치는 강력한 '발표 효과'를 증명한 획기적인 사례다. 하지만 동시에 지역 사회가 우려했던 '위장전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분석 보고서는 이들 유입 인구가 남해군에서 실제 거주하며 경제 활동을 하고 세금을 납부할 '생산가능인구'인지, 아니면 주소지만 이전하고 실제 거주는 인접 도시에서 계속하는 '정책 수혜형 유령 인구'인지 현재 데이터로는 판단할 수 없다.
 전출지 분석 결과(인접 도시 집중)는 후자, 즉 '정책 수혜형 유령 인구'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령 인구'의 증가는 단순히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을 넘어, 실제 거주 군민들의 박탈감을 조장하고, 향후 인구 통계에 기반한 정부의 교부세 산정이나 공공 서비스 배분 계획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위장전입'을 가려내기 위해 스마트폰 활동 범위 파악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는 등, 정책의 혜택이 실제 거주 군민에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행정적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2년 후 대비해야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시범사업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만약 지원이 종료되는 2028년 1월, 이들이 다시 인접 도시로 주소지를 옮기는 '대거 전출'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번 인구 증가는 통계적 착시와 행정 비용 낭비만을 초래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마치 썰물처럼 인구가 빠져나가며 지역 사회에 더 큰 공허함만 남길 수 있는 '정책 절벽' 시나리오다. 결국 관건은 '정주(定住) 정책'이다. 남해군은 지금부터 2년이라는 '골든타임' 동안, 유입된 인구가 단기적인 현금 수혜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에 실질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한 지역 전문가는 "월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
 이 돈이 단순히 개인의 용돈으로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남해에서 일자리를 찾고, 아이를 키우며,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 의료, 교육 등 핵심적인 '사회서비스 연계 활성화'에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통계상 '반짝' 증가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진짜 남해군민'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2년간의 정책 집행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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