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어머니의 모정(母情)', 국어교과서에 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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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10.08(목) 15:06
'남해 어머니의 모정(母情)', 국어교과서에 실리다

고두현 시인의 '늦게 온 소포', 내년 중3 국어에 수록
남해 어머니가 보낸 유자 아홉 개, 시(詩)로 승화
상주초와 상주중 졸업…고향의 향기와 진한 모정 담아

장다정 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10월 08일(목) 14:25
남해 출신 고두현 시인

남해 출신 고두현 시인의 시 '늦게 온 소포'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등재됐다. 최근 출간된 2027학년도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천재교과서 발행)에 두 쪽 분량으로 삽화와 함께 실렸다.
'늦게 온 소포'는 남해에 홀로 남은 어머니가 서울에서 생활하는 아들에게 보낸 유자와 따뜻한 편지를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애틋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따뜻한 남쪽 섬에서 온 유자의 온기와 서울의 차가운 새벽 눈발을 대비하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시 속의 "유자 아홉 개"는 남해가 자랑하는 특산물의 하나로 객지에 나간 자식의 건강과 안위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상징하는 매개체다. 추울 때 달여 먹으며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르라"는 당부가 그 속에 배어 있다.
시의 출발점은 시인이 서울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던 젊은 시절의 실제 경험이다.
고 시인은 "어느 겨울 폭설 때문에 한밤중에야 도착한 소포 속에서 노랗게 얼굴 내미는 남해 유자와 중세 맞춤법으로 쓴 어머니의 편지를 보고 콧등이 찡해져서 남으로 난 창문을 열어둔 채 망연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그때 다시 눈이 내렸다"며 "창틀에 내려앉아 천천히 녹아가는 눈의 모습이 내 마음처럼 글썽글썽하게 느껴져 새벽에 빈 노트를 끌어당겨서 쓴 게 이 시"라고 설명했다.

교과서편찬위원회는 "이 시는 소포에 담긴 유자와 편지를 통해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학생들이 직접 연관성 있는 다른 작품을 찾아 읽기에 딱 맞는 작품"이라며 "통시적·공시적으로 유사한 주제나 형식을 가진 작품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작품들을 찾아보고, 작품 간의 공통점 및 차이점, 상호 간의 연관 관계를 파악하며 작품을 감상하도록 이끌어 준다"고 평했다.
이 작품은 2000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늦게 온 소포>의 표제작이다. 남해를 배경으로 한 시들을 모은 시선집 <남해, 바다를 걷다>(민음사, 2020)에도 실렸다. 전국 규모의 시낭송대회에서 널리 사랑받는 애송시이기도 하다.
고 시인은 1963년 남해 서면 정포리 우물마을 출생으로 10세 때부터 상주면에 있는 금산 보리암 아래 절집에서 자랐으며 그곳에서 상주초등학교와 상주중학교를 다녔다.
경남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한국경제신문 기자, 문화부장, 논설위원, 문화에디터로 일했다.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유배시첩' 연작이 당선돼 등단했다.
잘 익은 운율과 동양적 어조, 달관된 화법을 통해 서정시 특유의 가락과 정서를 보여줌으로써 전통 시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 시선집 『남해, 바다를 걷다』, 시 산문집 『시 읽는 CEO』, 『옛 시 읽는 CEO』, 『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 필사책 『마음필사』, 『동주필사』, 『명언필사』 등을 출간했으며 김달진문학상, 유심작품상, 김만중문학상 유배문학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늦게 온 소포'는 이미 고등학교와 대학 교재에도 실려 있다. 그의 산문 '인쇄 중에도 문장 고쳐 쓴 발자크' 또한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지학사)에 수록돼 있다.





늦게 온 소포


고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울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리라」



헤쳐 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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