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억압하는 현실과 권력자들에게 맞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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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억압하는 현실과 권력자들에게 맞서는 사람들

팍팍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영화 <파이트클럽>, <아가씨>

백혜림·조승현 기자
2024년 08월 16일(금) 09:54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고통스러우신가요?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시나요? 가끔씩 자신과 정반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꿈꾸신 적이 있나요?

흔히 영화에서 무기력하게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면서 매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직장 동료를 만나고, 피로를 무릎쓰고 벌어들인 돈은 취미에 쏟고 있다면 한 번 쯤은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하려고 애쓰는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특히 1980년대 들어서 미국과 일본과 한국은 초고속으로 현대화가 가속돼 현대 문명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두 작품은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상과 자신을 억압하는 권력자들에게 구속돼 있는 주인공을, 자유로운 영혼의 동반자가 등장해 구원의 손길과 함께 사회의 일탈을 하게 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파이트 클럽>과 <아가씨>는 마음속 깊이 내제된 억압된 감정의 분출이 다소 폭력적인 장면과 이어지는 점은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일침을 가하는 걸작<파이트 클럽>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6개월간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무기력하게 살아가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케아 가구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인 한 사람은 어느 날 '두 사람'을 만나고나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을 하게됩니다.

이는 <파이트클럽>의 초반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자유를 억압받고, 사랑을 할 시간은 부족하고, 그렇게 쌓은 돈은 서서히 무의미하게 다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과 똑같은 취향을 가진 여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쌓아올렸던 모든 노력들이 사라진 순간 자신을 구원해주는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이라는 한 남성을 만나게됩니다. 그는 놀랍도록 현실에 순응하는 주인공과는 정반대로 반사회적으로 행동하고, 갈곳을 잃은 주인공이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룸메이트가 된 두 주인공은 그동안 마음 속 깊이 억압된 것들을 분출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를 향한 복수처럼 그려집니다. 겉으로는 맨몸 복싱을 하는 것같은 사조직을 만들어 내제된 폭력성을 분출하나 폐쇄된 곳에서 진행되기에 사회에 노출되지는 않습니다. 이 사조직에 참가하는 이들은 빛더미 앉거나, 마약중독자, 이혼을 당한 사회의 밑바닥에 위치한 이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점점 수위가 높아지게 되고 폭주하며, 테러리스트 행위도 서슴치 않게 됩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나타나며, 감독은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종일관 몰아치며 눈을 쉽사리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각종 블랙코미디부터 주인공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대화하는 제4의 벽을 부수는 메타발언도 등장합니다. 1999년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하고, 폭력적인 수위로 큰 혹평을 받았으나 컬트 영화로의 재조명과 명배우들의 열연이 인정을 받고 2016년에 한국에서 재개봉했을 때 평론가들의 극찬세례가 이어졌습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수록되며,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과 답을 내놓은 명작 <파이트 클럽>을 꼭 한 번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속 모두가 펼치는 가면무도회, 그 아름다움 속 가시와 예민함이 돋보인 <아가씨>

목적 없이 오가는 정이 있을까? 가까운 친족부터 알음알음 이름만 아는 사람들까지 넓은 인간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우리들은 때론 '나'와 '타인'에 대한 고찰을 하기도 합니다. 나의 목적과 타인의 목적, 그 이해 관계가 성립된다면 비로소 '우리'가 될 수 있다고들 하죠. '배려'와 '존중'이라는 덕목으로 무장하고 '사회성'이라는 가면을 쓴 채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희열 또는 불쾌한 감정들을 공유하는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요, 영화 <아가씨>에서는 이러한 인간들의 욕망, 쾌락, 이기의 다소 불편한 우리들의 민낯과 이를 숨기기 위한 가면을 마주하게 합니다. 2016년 6월에 개봉한 <아가씨>는 한국영화의 거장 박찬욱 감독의 10번째 장편 영화 작품이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는 배우들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습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판정받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인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한 약 450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였고, 박찬욱의 역작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박찬욱 감독의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평가도 좋았습니다.

영화 <아가씨>에서 김민희 배우가 극중 아가씨 '이즈미 히데코' 역을, 김태리 배우가 히데코 아가씨의 새로운 하녀로 들어가게 되는 '남숙희' 역을, 하정우 배우가 '후지와라 백작' 역을, 조진웅이 이즈미 히데코의 후견인이자 이모부인 '코우즈키 노리아키' 역을 맡았습니다.

<아가씨>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모두 젠틀하거나 고귀한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재물에 대한 탐욕, 육체적 쾌락 등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을 능욕하고 이용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 화려한 고래등같은 저택 안에서 서양식 양복을 멀끔히 차려입은 남자 손님들에게 저택의 히데코 아가씨가 음란한 소설 내용을 읊는 낭독회에서 우리는 불쾌한 그 어딘가의 모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코우즈키의 엄격한 보호 아래 숨 막히는 일상 속 찾아온 하녀 '남숙희'와 '히데코' 사이의 복잡한 감정선 또한 우리에겐 불편함으로, 때론 불편함 속의 묘한 카타르시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토록 이기와 목적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속 히데코 아가씨는 숙희만큼은 자신에게 가면을 벗은 민낯을 바라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같은 건 배우면 그만이고, 욕을 해도 좋고, 도둑질도 좋은데, 나한테 거짓말만 하지 마, 알았니?"

/백혜림·조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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